영화 리뷰146 영화 바람 리뷰: 부산 사투리, 아버지, 성장 학교 다닐 때를 떠올리면 유독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얼마나 좁은 세계였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죠. 영화 바람은 그 좁은 세계를 살아낸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17년 만에 바람의 후속작 짱구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복습 겸 다시 꺼내 봤는데 처음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상이 밀려왔습니다.부산 사투리, 진짜와 미디어 사이혹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투리를 들으면서 "저게 맞나?"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정확히 그 반대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평소에 접하던 미디어 사투리와는 결이 달랐거든요.주변에 부산 출신 친구들이 여럿 있어서 함께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 친구들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게 진짜 부산말이다, 삼촌이 하는 말이랑.. 2026. 5. 9. 영화 미녀는 괴로워 리뷰: 외모 콤플렉스, 자기 수용, 성형 논란 예쁘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저는 한동안 그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는 영화를 봤습니다. 2006년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를 20년 만에 다시 꺼내 봤는데, 보는 내내 불편함과 공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한나가 외모 하나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결국 전신 성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그 흐름이 지금 시선으로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숨겨진 목소리, 드러낼 수 없는 얼굴한나는 섀도우 싱어(Shadow Singer)였습니다. 섀도 싱어란 무대에 서는 가수 대신 실제 노래를 불러주는 숨겨진 보컬리스트를 뜻합니다. 실력이 전부여야 할 자리에서 한나는 철저히 얼굴로 지워진 존재였습니다.직접 겪어보니, 실력보다 외모가 먼저 평가받는 상황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 2026. 5. 9. 영화 써니 리뷰: 학창시절, 우정, 재회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뭘까요. 슬픔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연락 한 번 못 했다는 미안함일까요. 영화 써니를 보다가 저는 화면보다 스마트폰 연락처를 더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거기 저장된 이름들 중에 몇 명이나 실제로 살아있는 관계인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평범한 일상 속에서 튀어나온 재회영화는 중년의 나미가 가족을 위해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열립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간호사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는, 누구의 일상에도 있을 법한 풍경이죠. 그러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 춘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반가움도 잠시, 춘화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죽기 전에 써니 멤버들을 한 번만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을 꺼냅니다.제가 직접 이 .. 2026. 5. 8. 영화 더 초이스 리뷰: 감정이입, 불륜논란, 선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맨스 영화 하면 으레 두 사람이 만나고, 갈등이 생기고, 결국 사랑으로 끝나는 공식을 기대하는데, 영화 더 초이스를 다 보고 나서 제가 든 첫 생각은 "이거 사실 바람 이야기 아닌가?"였습니다. 아름다운 포장지 안에 뭔가 불편한 게 들어 있는 느낌이랄까요.감정이입이 흔들린 이유, 개비의 선택영화에서 여주인공 개비는 의대생으로, 의사 남자친구 라이언 매카시와 사귀는 상태에서 옆집으로 이사 온 수의사 트래비스와 가까워집니다. 처음에는 짜증스러운 이웃 정도였는데, 라이언이 병원 개원 문제로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집니다.제가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자꾸 흔들렸던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개비가 트래비스에게 끌리는 감정은 이해합니다. 감정이란 .. 2026. 5. 8. 영화 플립 리뷰: 부모의 편견, 자아 성장, 진심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풋풋한 첫사랑 영화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어른의 편견을 그대로 흡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브라이스와 줄리의 엇갈린 감정보다, 그 감정을 가로막은 어른들의 말 한마디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부모의 편견이 아이의 첫인상을 결정한다처음부터 브라이스가 줄리를 싫어했던 건 아닙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브라이스의 태도 변화가 줄리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는 점입니다. 자아도 채 확립되지 않은 아이가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할 때, 부모의 평가가 자기감정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걸 이 영화는 꽤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발달심리학(deve.. 2026. 5. 7.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리뷰: 사회초년생, 드레스코드, 직장문화 개봉 20년 만에 시즌 2가 개봉합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을 다시 틀었는데, 두 시간 내내 영화보다 제 기억 속 첫 직장이 더 많이 떠올랐습니다.20년 전 영화가 지금도 불편한 이유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노스웨스턴 대학교를 갓 졸업한 앤디가 패션 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비서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앤디는 패션에 관심도 없고 업계 경험도 전무한 상태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전형적인 사회초년생입니다.제가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씁쓸함이었습니다. 화면 속 앤디에게 쏟아지는 요구들이 20년 전 이야기라기엔 너무 낯익었기 때문입니다. 허리케인으로 전 노선이 결항된 상황에서 마이애미발 뉴욕행 비행기를 구해오.. 2026. 5. 7.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