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7 영화 크로니클 리뷰: 파운드푸티지, 초능력, 학교폭력 데인 드한 주연의 2012년 영화 크로니클(Chronicle)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제작비 1,200만 달러 대비 1억 2,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솔직히 저는 데인 드한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켰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초능력 영화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학교폭력 피해 아이의 붕괴를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입니다.파운드푸티지 형식이 만들어낸 불편한 현실감크로니클은 파운드푸티지(Found Footage) 기법으로 촬영된 영화입니다. 여기서 파운드푸티지란 등장인물이 직접 촬영한 것처럼 보이도록 핸드헬드 카메라나 캠코더 영상을 편집해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촬영 방식입니다. 주인공 앤드류가 캠코더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설정 자체가 이 기법과 완벽하게 .. 2026. 5. 10. 영화 바람 리뷰: 부산 사투리, 아버지, 성장 학교 다닐 때를 떠올리면 유독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얼마나 좁은 세계였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죠. 영화 바람은 그 좁은 세계를 살아낸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17년 만에 바람의 후속작 짱구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복습 겸 다시 꺼내 봤는데 처음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상이 밀려왔습니다.부산 사투리, 진짜와 미디어 사이혹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투리를 들으면서 "저게 맞나?"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정확히 그 반대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평소에 접하던 미디어 사투리와는 결이 달랐거든요.주변에 부산 출신 친구들이 여럿 있어서 함께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 친구들이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게 진짜 부산말이다, 삼촌이 하는 말이랑.. 2026. 5. 9. 영화 미녀는 괴로워 리뷰: 외모 콤플렉스, 자기 수용, 성형 논란 예쁘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저는 한동안 그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는 영화를 봤습니다. 2006년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를 20년 만에 다시 꺼내 봤는데, 보는 내내 불편함과 공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한나가 외모 하나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결국 전신 성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그 흐름이 지금 시선으로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숨겨진 목소리, 드러낼 수 없는 얼굴한나는 섀도우 싱어(Shadow Singer)였습니다. 섀도 싱어란 무대에 서는 가수 대신 실제 노래를 불러주는 숨겨진 보컬리스트를 뜻합니다. 실력이 전부여야 할 자리에서 한나는 철저히 얼굴로 지워진 존재였습니다.직접 겪어보니, 실력보다 외모가 먼저 평가받는 상황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 2026. 5. 9. 영화 써니 리뷰: 학창시절, 우정, 재회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뭘까요. 슬픔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연락 한 번 못 했다는 미안함일까요. 영화 써니를 보다가 저는 화면보다 스마트폰 연락처를 더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거기 저장된 이름들 중에 몇 명이나 실제로 살아있는 관계인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평범한 일상 속에서 튀어나온 재회영화는 중년의 나미가 가족을 위해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열립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간호사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는, 누구의 일상에도 있을 법한 풍경이죠. 그러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 춘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반가움도 잠시, 춘화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죽기 전에 써니 멤버들을 한 번만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을 꺼냅니다.제가 직접 이 .. 2026. 5. 8. 영화 더 초이스 리뷰: 감정이입, 불륜논란, 선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맨스 영화 하면 으레 두 사람이 만나고, 갈등이 생기고, 결국 사랑으로 끝나는 공식을 기대하는데, 영화 더 초이스를 다 보고 나서 제가 든 첫 생각은 "이거 사실 바람 이야기 아닌가?"였습니다. 아름다운 포장지 안에 뭔가 불편한 게 들어 있는 느낌이랄까요.감정이입이 흔들린 이유, 개비의 선택영화에서 여주인공 개비는 의대생으로, 의사 남자친구 라이언 매카시와 사귀는 상태에서 옆집으로 이사 온 수의사 트래비스와 가까워집니다. 처음에는 짜증스러운 이웃 정도였는데, 라이언이 병원 개원 문제로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집니다.제가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자꾸 흔들렸던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개비가 트래비스에게 끌리는 감정은 이해합니다. 감정이란 .. 2026. 5. 8. 영화 플립 리뷰: 부모의 편견, 자아 성장, 진심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풋풋한 첫사랑 영화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어른의 편견을 그대로 흡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브라이스와 줄리의 엇갈린 감정보다, 그 감정을 가로막은 어른들의 말 한마디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부모의 편견이 아이의 첫인상을 결정한다처음부터 브라이스가 줄리를 싫어했던 건 아닙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브라이스의 태도 변화가 줄리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는 점입니다. 자아도 채 확립되지 않은 아이가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할 때, 부모의 평가가 자기감정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걸 이 영화는 꽤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발달심리학(deve.. 2026. 5. 7.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