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4 영화 써니 리뷰: 학창시절, 우정, 재회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뭘까요. 슬픔일까요, 아니면 그동안 연락 한 번 못 했다는 미안함일까요. 영화 써니를 보다가 저는 화면보다 스마트폰 연락처를 더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거기 저장된 이름들 중에 몇 명이나 실제로 살아있는 관계인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평범한 일상 속에서 튀어나온 재회영화는 중년의 나미가 가족을 위해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열립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간호사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는, 누구의 일상에도 있을 법한 풍경이죠. 그러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 춘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반가움도 잠시, 춘화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죽기 전에 써니 멤버들을 한 번만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을 꺼냅니다.제가 직접 이 .. 2026. 5. 8. 영화 더 초이스 리뷰: 감정이입, 불륜논란, 선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맨스 영화 하면 으레 두 사람이 만나고, 갈등이 생기고, 결국 사랑으로 끝나는 공식을 기대하는데, 영화 더 초이스를 다 보고 나서 제가 든 첫 생각은 "이거 사실 바람 이야기 아닌가?"였습니다. 아름다운 포장지 안에 뭔가 불편한 게 들어 있는 느낌이랄까요.감정이입이 흔들린 이유, 개비의 선택영화에서 여주인공 개비는 의대생으로, 의사 남자친구 라이언 매카시와 사귀는 상태에서 옆집으로 이사 온 수의사 트래비스와 가까워집니다. 처음에는 짜증스러운 이웃 정도였는데, 라이언이 병원 개원 문제로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집니다.제가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자꾸 흔들렸던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개비가 트래비스에게 끌리는 감정은 이해합니다. 감정이란 .. 2026. 5. 8. 영화 플립 리뷰: 부모의 편견, 자아 성장, 진심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풋풋한 첫사랑 영화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어른의 편견을 그대로 흡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브라이스와 줄리의 엇갈린 감정보다, 그 감정을 가로막은 어른들의 말 한마디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부모의 편견이 아이의 첫인상을 결정한다처음부터 브라이스가 줄리를 싫어했던 건 아닙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브라이스의 태도 변화가 줄리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는 점입니다. 자아도 채 확립되지 않은 아이가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할 때, 부모의 평가가 자기감정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걸 이 영화는 꽤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발달심리학(deve.. 2026. 5. 7.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리뷰: 사회초년생, 드레스코드, 직장문화 개봉 20년 만에 시즌 2가 개봉합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을 다시 틀었는데, 두 시간 내내 영화보다 제 기억 속 첫 직장이 더 많이 떠올랐습니다.20년 전 영화가 지금도 불편한 이유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노스웨스턴 대학교를 갓 졸업한 앤디가 패션 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비서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앤디는 패션에 관심도 없고 업계 경험도 전무한 상태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전형적인 사회초년생입니다.제가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씁쓸함이었습니다. 화면 속 앤디에게 쏟아지는 요구들이 20년 전 이야기라기엔 너무 낯익었기 때문입니다. 허리케인으로 전 노선이 결항된 상황에서 마이애미발 뉴욕행 비행기를 구해오.. 2026. 5. 7. 영화 캐릭터 리뷰: 모방 범죄, 2차 가해, 범인 심리 살인 현장을 목격한 만화가가 그 장면을 그대로 만화에 옮겼을 때, 그게 창작인지 착취인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캐릭터를 보고 나서 제가 처음으로 든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스릴러로서는 꽤 신선한 소재였는데, 보면 볼수록 불편한 질문이 따라붙었습니다.모방 범죄와 만화 속 2차 가해영화의 주인공 야마시로 케이고는 어시스턴트 생활을 전전하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린 만화가 참담한 결과를 받아 들면서 결국 전업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일가족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그 충격을 만화 소재로 삼아 만화 '34'를 연재합니다. 그리고 이 만화가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는 동시에, 실제 살인 사건의 모방 범죄(copycat crime) 매뉴얼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모방 범죄란 기존 사건의 수법.. 2026. 5. 6.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 리뷰: 세포 기억설, 장기 이식, 성격 변화 살인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남자가 결국 살인을 저지른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심장의 잘못일까요. 저도 처음엔 그냥 범죄 스릴러겠거니 하고 틀었다가, '세포 기억설'이라는 소재 하나에 끝까지 붙잡혀 봤습니다.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꽤 묵직했습니다.세포 기억설이란 무엇인가세포 기억설(Cellular Memory Theory)이란 장기 이식 수혜자가 공여자의 기억, 성격, 행동 양식을 일부 이어받을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쉽게 말해, 심장이나 신장 같은 장기 안에 기억과 감정의 흔적이 남아 있고, 이식 후 수혜자에게 그것이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이게 단순한 공상 소재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심장 이식 환자에게서 공여자와 유사한 식성, 감정 반응,.. 2026. 5. 6. 이전 1 ··· 5 6 7 8 9 10 11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