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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리뷰: 시한부 선고, 오진, 버킷리스트

by 패츠 2026. 5. 23.

라스트 홀리데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었는데, 막상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답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라스트 홀리데이는 주인공 조지아 버드의 시한부 선고와 오진, 그리고 버킷리스트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아주 직접적으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시한부 선고 앞에서 제가 가장 먼저 할 것

일반적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약 조지아처럼 CT 촬영 결과에서 림프절염과 종양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가장 먼저 했을 행동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아마 같은 날 다른 병원 예약부터 잡았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CT 촬영이란 컴퓨터 단층 촬영(Computed Tomography)을 의미합니다. X선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뒤 컴퓨터로 합성해 체내 단면 이미지를 만드는 검사 방식으로, 종양이나 장기 이상을 발견하는 데 자주 활용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핵심이 되는 반전이 바로 CAT 스캔 오류, 즉 오진입니다. 여기서 CAT 스캔이란 CT 촬영의 다른 명칭으로, 컴퓨터 보조 단층 촬영(Computerized Axial Tomography)의 약자입니다. 같은 검사지만 오래된 의학 용어로는 CAT 스캔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출처: 대한의학회).
실제로 암 진단처럼 큰 병을 선고받았을 때 바로 치료를 시작하기보다 제2의견(Second Opinion)을 구하라는 조언을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됩니다. 제2의견이란 처음 진단한 의사 외의 다른 전문의에게 동일한 검사 결과를 다시 검토받는 과정을 말합니다. 실제로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암 진단 후 치료 시작 전 다기관 협진이나 전원을 권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조지아의 이야기에서 저를 가장 공감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치료비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단순한 버킷리스트 판타지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한부 선고 상황에서 제가 직접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먼저 취할 행동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같은 검사 결과를 다른 상급 병원에서 재판독 요청
  • 해당 질환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추가 내원
  • 가족 혹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알리고 함께 상담
  • 보험 적용 범위 및 실손보험 청구 가능 여부 확인

이 과정이 귀찮고 시간 낭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지아의 오진 사례처럼 검사 자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열어둬야 합니다.

오진 이후, 버킷리스트가 아닌 삶의 방향

제 경험상 이런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금세 일상으로 돌아오는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조지아가 IRA를 모두 청산하고 대통령 스위트룸에 묵는 장면보다, 오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녀의 반응이 저한테는 훨씬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IRA란 개인퇴직계좌(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의미합니다. 미국에서 노후를 위해 세금 혜택을 받으며 장기 적립하는 금융 상품으로, 이를 청산한다는 것은 노후를 위해 쌓아둔 자산을 모두 포기하고 현재를 위해 쓴다는 선택을 의미합니다. 그 선택이 죽음을 앞두고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오진 이후엔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갖게 됩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뚜렷한 꿈도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가 "버킷리스트를 써라"보다 "지금 하기 싫은 일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로 읽혔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한 사람은 그걸 향해 뛰어들면 됩니다. 그런데 저처럼 아직 방향이 없는 사람에게는 탐색 자체가 시간 투자입니다. 그 탐색할 시간마저 하기 싫은 일을 처리하는 데 소모되고 있다면, 나중에 뭔가를 찾았을 때 쓸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의 총량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자기 탐색과 진로 결정을 미루는 현상은 심리학에서 결정 회피(Decision Avoidance)라고 부릅니다. 결정 회피란 선택지가 많거나 결과가 불확실할 때 판단 자체를 미루는 심리적 경향을 말하며,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삶의 방향성을 잃고 무기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청년층의 상당수가 진로 결정 지연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정신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지아가 평범한 상점 직원으로 살면서도 언젠가 작은 식당을 열겠다는 계획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저한테는 가장 현실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꿈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게 사실 대부분의 사람 이야기 아닌가요.

이 영화는 결국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끝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 말을 "지금 당장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라"가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오늘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한 발이라도 움직였는가"를 점검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습니다. 주기적인 건강검진처럼,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것도 완치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원칙과 같습니다. 예방이란 문제가 생긴 뒤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관리하는 것을 말하니까요. 조지아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저는 오늘 뭔가 큰 결심을 한 것이 아니라 내일 하루를 조금 다르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다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나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이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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