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4 영화 서브스턴스 리뷰: 자아분열, 여성신체를 향한 노화강박 골든 글로브 후보에 오른 데미 무어의 연기, 그 한 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끌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을 나오고 나서, 저는 영화보다 제 자신에 대해 더 오래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늙음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걸까요. 그 질문이 상영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자아분열이 보여주는 것, 그게 정말 '나'인가요영화는 한때 할리우드 스타였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50대가 되어 피트니스 쇼를 진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제작진 사이에서 오간 통화한 줄이 그녀의 현실을 압축합니다. "이제 너무 늙었어." 그 말을 듣는 데미 무어의 표정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등줄기가 서늘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배우로 활동할 때, 외모에 대한 평가가 곧 존재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 2026. 4. 11. 영화 썸머워즈 리뷰: 메타버스, 단일장애점, 독점 규제 어릴 때 처음 봤을 땐 그냥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애니메이션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지금 다시 꺼내 보니, 이건 단순한 여름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2009년 작품인데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꽤 정확하게 짚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보는 내내 등골이 서늘했습니다.인터넷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 메타버스와 단일장애점썸머 워즈의 배경은 'OZ'라는 거대한 가상공간입니다. 개인의 아바타로 쇼핑, 업무, 금융 거래는 물론 정부 행정까지 처리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인데, 쉽게 말해 현실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 통합해 놓은 형태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OZ가 해킹을 당하자마자 도로 신호 체계가 뒤엉켜 경찰차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장면이 .. 2026. 4. 11. 영화 주토피아1 리뷰: 놓칠 수 없는 닉과 주디 케미, 편견, 세계관 저는 솔직히 처음엔 그냥 귀여운 동물 나오는 가벼운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니까 어느 정도 감동은 있겠지 싶었는데, 막상 다 보고 나서는 꽤 오래 멍하니 있었습니다. 단순히 귀엽기만 한 영화가 아니었고, 현실에서 마주치는 불편한 문제들을 동물의 세계로 옮겨놓은 것 같아서 중간중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닉과 주디 케미,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습니다주토피아를 얘기할 때 닉과 주디의 케미를 빼놓는 건 불가능합니다. 두 캐릭터가 왜 이렇게 잘 맞는가를 생각해 보면, 사실 둘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주디는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말 그대로 원칙과 꿈 하나로 세상에 뛰어든 신입입니다. 반면 닉은 자잘한 법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걸리지 않으면 합법"이라는 나름의 철학으로 살.. 2026. 4. 9. 영화 빅히어로 리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베이맥스, 위로 방식, 기술과 인간 솔직히 저는 처음에 빅히어로를 그냥 디즈니표 히어로 애니메이션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귀여운 로봇이 나오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쯤으로요.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권선징악을 다루는 게 아니라, 상실과 회복, 그리고 기술이 인간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베이맥스의 위로 방식이 왜 더 와닿았는가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 히로가 형 테디를 잃고 무너져 있을 때, 베이맥스가 다가오는 방식이었습니다. 베이맥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대신 히로의 심박수(Heart Rate)를 측정하고, 말없이 팔을 벌려 안아줍니다. 여기서 심박수 측정이란 신체의 생리적 변화를 수치로 확인하는 행위로, 감정 상태를 객관적 데이터로 .. 2026. 4. 9. 영화 전우치 리뷰: 강동원, 한국 판타지, OST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 타짜를 보고 난 뒤라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었는데, 전우치를 보는 내내 타짜의 기억이 거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감독, 심지어 같은 배우들이 나오는데도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게 전우치만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하나씩 짚어보고 싶었습니다.한국형 판타지 장르의 세계관과 볼거리전우치는 한국형 판타지(Korean Fantasy)의 장르적 완성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여기서 한국형 판타지란 서양의 마법이나 용 대신 도술, 요괴, 신선 같은 동양 고유의 신화 체계를 바탕으로 구성한 판타지 장르를 말합니다. 서양 판타지가 중세 유럽의 세계관을 차용하는 것처럼, 한국형 판타지.. 2026. 4. 9. 영화 파묘 리뷰: MZ 무당, 음양오행, 오니 약점 개봉 일주일 만에 수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파묘'. 저도 '검은 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대를 잔뜩 품고 극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MZ 무당이라는 신선한 충격일반적으로 무당 하면 중년 여성이 색동옷을 입고 굿판을 벌이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관람 전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고은 배우가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 굿을 하는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무당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젊어질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작중에서 화림이 보여주는 굿은 무속신앙(巫俗信仰)을 기반으로 합니다. 무속신앙이란 신령이나 귀신을 매개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 2026. 4. 8. 이전 1 ··· 15 16 17 18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