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슈퍼배드 1을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눈에 걸렸습니다. 달을 훔친다는 발상 자체가 신박해서 처음엔 그냥 웃으며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진짜 달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 건지 궁금해져 한참을 찾아봤습니다.
빌런인데 팁은 꼬박꼬박 내는 그루, 이 개그 포인트
영화 초반에 그루가 커피숍 줄을 기다리다가 냉동 광선으로 사람들을 통째로 얼려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그루가 그냥 음료와 머핀을 들고 유유히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결제는 하지 않으면서 팁은 착실하게 카운터에 올려놓고 가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처음 봤을 때도, 오랜만에 다시 봤을 때도 같은 지점에서 터졌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미국 문화에서 팁(tip)이란 단순한 감사 표시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규범에 가깝습니다. 팁 문화는 미국 서비스업 종사자의 수입 구조와 직결된 관행으로, 음식값의 15~20%를 관례적으로 남기는 것이 기본 에티켓으로 자리 잡혀 있습니다. 그 맥락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그루가 훨씬 더 웃깁니다. 세상에서 가장 악명 높은 빌런이 얼음 광선으로 사람을 얼려놓고 팁은 도덕적으로 챙기고 간다는 게, 한국인 입장에서는 정말 깨알 같은 문화적 코드였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그루는 빌런이라는 설정에 비해 의외로 괜찮은 보호자 역할을 합니다. 아그네스가 고장 난 유니콘 인형을 고쳐달라며 숨 참기 협박을 할 때 결국 미니언들을 마트로 보내는 장면이나, 발레 발표회에 못 봐준 것이 마음에 걸려 나중에 따로 발표회를 열어주는 장면에서 그 면모가 잘 드러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캐릭터 설계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먹히는 애니메이션의 공통 공식인 것 같습니다.
달 소유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머릿속에 남은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달은 누구 거야?" 저도 몇 년 전에 달이나 별의 이름을 살 수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게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우주법(Space Law)이라는 분야에서 다뤄집니다. 우주법이란 우주 공간과 천체에 대한 국가 및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규율하는 국제법 체계를 말합니다. 핵심이 되는 조약은 1967년에 체결된 외기권 조약(Outer Space Treaty)입니다. 외기권 조약이란 달을 포함한 모든 천체는 어떤 국가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한 국제 협약으로, 현재 110개 이상의 국가가 서명한 상태입니다(출처: 유엔 우주업무국(UNOOSA)).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별 이름 등록 서비스는 뭘까요? 이건 법적 소유권이 아닌 비공식 명명권(Naming Rights)에 가깝습니다. 명명권이란 특정 대상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상징적 권리로, 공식 천문 기관의 승인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국제천문연맹(IAU)은 공식 입장으로 민간 회사의 별 이름 판매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국제천문연맹(IAU)).
달 소유권 문제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기권 조약(1967)은 국가의 영유권 주장을 금지하지만, 개인 및 기업의 자원 채굴 허용 여부는 여전히 해석이 갈린다.
- 미국은 2015년 우주법(US Commercial Space Launch Competitiveness Act)을 통해 자국 기업이 채굴한 우주 자원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 민간 회사의 별 이름 판매 서비스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국제천문연맹(IAU)의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소유권은 누구 것일까
제가 이 부분에서 좀 엉뚱한 상상을 했습니다. 우주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늘 드는 생각인데, 이 광활한 우주에 지구 인간만 있을 거라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발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어떤 회사가 특정 별의 이름을 팔았는데, 그 별에 이미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적 소유권 논리가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우주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현실은 좀 다릅니다. 달 자원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경쟁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이란 미국 주도로 2020년에 발족한 우주 탐사 원칙 합의체로, 달 표면에서의 자원 활용 기준과 안전 구역 설정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달을 물리적으로 점령하지는 않되, 거기서 캐낸 건 가져갈 수 있다는 방향으로 규범이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외계 생명체와의 소유권 충돌 시나리오는 현재 우주법 체계가 아직 상정하지 않은 영역입니다. 우주생물학(Astrobiology), 즉 우주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하는 학문 분야에서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천체에 대한 행성 보호 정책(Planetary Protection Policy)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행성 보호 정책이란 지구 생명체로 인해 다른 천체가 오염되거나, 반대로 외계 물질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학적 지침입니다. 소유권보다 훨씬 앞선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인 셈입니다.
슈퍼배드 1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이지만, 다 보고 나서 달 소유권이나 우주법까지 찾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달을 훔치겠다는 그루의 발상이 영화 속에서는 단순한 악당 프로젝트였지만,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국제법적 논쟁이 실제로 진행 중입니다. 어린이날이 다가올 때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좋고, 다 보고 나서 "그럼 진짜 달은 누구 거야?"라는 대화로 이어지기에도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외기권 조약이나 아르테미스 협정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유엔 우주업무국(UNOOSA) 공식 사이트를 직접 찾아보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