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리뷰: 캐릭터, 세계관, 도덕적딜레마

by 패츠 2026. 5. 1.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리즈가 1959년 '태스크포스 X'라는 군사 비밀 조직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이 영화가 단순한 B급 오락물이 아니라는 게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휴일에 별생각 없이 OTT를 뒤지다가 이 영화를 골랐는데, 처음엔 가볍게 틀었다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못 떴습니다.

첫인상과 캐릭터: 정상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눈길이 간다

일반적으로 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정의로운 주인공, 깔끔한 액션, 명확한 선악 구도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오프닝부터 이미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멀쩡히 소개되자마자 죽어나가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당혹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이 영화 어디까지 가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이 구조는 사실 원작 코믹스의 핵심 문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DC 코믹스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 즉 '태스크포스 X(Task Force X)'는 멤버가 죽으면서 교체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태스크포스 X란 A.R.G.U.S.(아거스)라는 비밀 정부 조직이 운영하는 범죄자 특수팀을 의미합니다. 아거스는 메타휴먼, 즉 초인적 능력을 가진 존재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기관으로, 아만다 월러 국장이 이 시스템을 설계한 인물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설정이 복잡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설정을 몰라도 캐릭터만으로 충분히 몰입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할리 퀸이 있습니다. 등장 순간부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존재감인데, 성격이나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 자체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일관성 있게 구현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거든요.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할리 퀸: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본능적 정의감이 공존하는 캐릭터. 조커의 영향이 묻어 있지만 자기만의 선택 기준이 생긴 상태
  • 블러드스포트: 크립토나이트 탄환으로 슈퍼맨을 쓰러뜨린 전력이 있는 저격 전문가. 리더십과 내면의 갈등이 충돌하는 인물
  • 킹 샤크(나나우에): 두꺼운 피부로 지상 무기를 튕겨낼 수 있지만, 같은 해양 생물에게는 취약한 약점이 존재
  • 피스메이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움직이지만, 그 신념이 오히려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을 만들어냄
  • 폴카닷 맨: 가장 뜬금없어 보이지만, 감정선이 의외로 진하게 살아있는 캐릭터

세계관: 전편을 안 봐도 되지만, 알면 더 깊이 읽힌다

이 영화는 기존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DCEU란 DC 코믹스의 캐릭터들이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이어지는 영화 시리즈를 의미합니다. 제임스 건 감독은 전작을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는데, 제 경험상 이 말은 반만 맞습니다. 캐릭터와 액션만 놓고 보면 독립된 영화처럼 즐길 수 있지만, 블러드스포트가 슈퍼맨을 중환자로 만들었다는 설정이나 할리 퀸과 조커의 관계 같은 부분은 전편 맥락을 알아야 더 풍부하게 읽힙니다.

영화의 배경인 코르토 말테세는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다크 나이트 리턴즈(The Dark Knight Returns)'에서 처음 등장한 가상의 섬입니다. 여기서 다크 나이트 리턴즈란 노년의 배트맨이 다시 활동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DC 코믹스의 대표적 그래픽 노블로, 실제 현실 정치를 날카롭게 비틀어 표현한 작품입니다. 코르토 말테세는 그 작품 속에서 미국과 소련이 외교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으로 설정되었는데, 이번 영화도 그 정치적 긴장감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영화 속 비밀 시설 요툰하임에서 30년간 진행된 '프로젝트 스타피시'는 단순한 악당의 계략이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1991년에 포획한 외계 생명체 스타로(Staro)를 이용해 생체실험을 진행하고, 코르토 말테스의 헤레라 가문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허가한 구조입니다. 이 실험을 설계하고 이끈 인물이 유전학자 가이우스 그리브스, 즉 '싱커(Thinker)'입니다. 싱커는 DC 코믹스에서 '싱킹 캡(Thinking Cap)'이라는 장치를 활용해 지적 능력을 극대화하는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는 뉴 52 버전의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뉴 52란 2011년 DC 코믹스가 대규모 리부트를 단행하며 52개의 시리즈를 새로 출발시킨 프로젝트를 의미합니다.

코믹스 원작에서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지지를 받아온 시리즈입니다(출처: DC Comics 공식 사이트). 제임스 건 감독이 인지도가 낮은 캐릭터들을 대거 발굴해 스크린에 올린 것도 이 전통을 이어받은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덕적 딜레마: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일반적으로 히어로 영화는 선이 승리하며 끝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결말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릭 플래그가 프로젝트 스타피시의 진실을 담은 하드 드라이브를 손에 쥐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겠구나"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피스메이커가 그것을 막습니다.

이 갈등은 영화 안에서 가장 무거운 순간입니다. 릭 플래그는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는 입장이고, 피스메이커는 '평화를 위해서라면 더러운 진실을 묻어도 된다'는 신념으로 움직입니다. 이는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Watchmen)'에서 오지만디아스가 수백만 명의 희생을 대가로 전쟁을 종식시키는 논리와 정확히 겹칩니다. 왓치맨은 1986년 DC 코믹스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슈퍼히어로물이 도달할 수 있는 철학적 깊이의 기준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출처: 위키백과 왓치맨).

저는 이 장면에서 진심으로 불편했습니다. 그 불편함이 나쁜 게 아니라, 영화가 의도한 감각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결국 영화가 끝나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블러드스포트는 침묵의 대가로 자유를 얻고, 거짓된 평화가 이루어집니다. 영화는 그 상황을 낭만화하거나 비판하지 않습니다. 그냥 우리 앞에 그 선택을 던져놓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다른 히어로 영화와 결이 다르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스토리보다 캐릭터가 남는 영화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 진짜 오래 남은 건 그 딜레마였습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가 묵직한 질문을 안겨주는 영화입니다. 개성 강한 빌런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 거칠고 자유로운 액션의 쾌감,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답을 내리기 어려운 도덕적 질문까지 세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 특히 DC 코믹스의 세계관이나 원작 캐릭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볼 만한 작품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오프닝의 충격이 이 영화의 첫 번째 즐거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SUDOsToQs8&t=57s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패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