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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2067 리뷰: 설정오류, 생태계붕괴, SF현실성

by 패츠 2026. 6. 8.

2067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70% 이상은 식물이 아닌 바다에서 만들어집니다. 영화 2067을 보다가 이 사실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저는 솔직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SF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도 이건 좀 다른 문제였습니다.

식물 멸종과 산소 농도, 설정이 흔들리는 지점

영화 2067은 2067년 지구에서 모든 식물 생명체가 멸종하면서 산소 농도가 급감하고 인류가 합성 산소로 연명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그래, 디스토피아 설정이니까 일단 받아들이자"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영화적 허용이라도 기초 과학 상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면 몰입이 깨집니다.

실제로 지구 대기 산소의 절반 이상은 해양 광합성 생물이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을 산소 발생 광합성(oxygenic photosynthesis)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는 반응입니다. 이 작용을 주로 담당하는 것이 바다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phytoplankton)입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해양 미생물로, 지구 전체 산소 생산량의 약 50~80%를 책임집니다(출처: 미국 해양대기청 NOAA).

영화처럼 육상 식물만 멸종했다면 산소 농도 급감보다는 식량 위기와 생태계 붕괴가 먼저 찾아올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설정을 바꿨다면 신빙성이 더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 육상 식물 멸종: 대기 산소 공급의 20 ~ 50%만 차단 (나머지는 해양에서 공급)
  • 해양 오염으로 식물성 플랑크톤 멸종: 산소 공급의 50 ~ 80% 차단
  • 해양 생물 연쇄 멸종: 식량 사슬 붕괴, 식량난 가속화

이 흐름이 훨씬 과학적으로 정합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려서 영화 보는 내내 스토리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생태계 붕괴와 먹이사슬 붕괴의 연쇄

영화가 놓친 부분이 또 있습니다. 생태계 붕괴는 산소 농도 문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먹이사슬(food chain), 즉 생물들이 먹고 먹히는 에너지 흐름의 구조가 있는데, 가장 아래에 있는 생산자 집단이 사라지면 그 위의 소비자 집단도 연쇄적으로 무너집니다.

식물이 멸종하면 초식동물이 굶주리고, 초식동물이 사라지면 육식동물도 버티지 못합니다. 바다로 시선을 옮겨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양 오염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이를 먹는 동물성 플랑크톤(zooplankton)이 감소하고, 그 위의 어류와 해양 포유류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동물성 플랑크톤이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작은 동물 미생물로, 어류 유어(稚魚)의 주요 먹이입니다. 결국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 자원 자체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생태학적 연쇄 반응은 SF 영화에서 자주 단순화됩니다. "산소가 없어요"라는 단 하나의 위기 요소만 강조하면 이야기가 깔끔해지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 단순화가 과학 상식을 아는 관객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 즉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이 서로 연결되어 균형을 이루는 상태가 한 군데에서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이 도미노처럼 쓰러진다는 것은 이미 생태학의 기본 원리입니다(출처: 국립생태원).

결국 영화의 설정대로라면 산소 부족으로 죽기 전에 먹을 것이 없어서 먼저 멸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SF의 현실성,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렇다고 영화 2067이 나쁜 영화냐 하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설정이 어이없다는 생각을 안고 보기 시작했는데, 스토리 자체는 꽤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크로니클이라는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구조, 주인공 이든이 자신의 해골을 마주하는 장면, 그리고 아버지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흐름은 디스토피아 SF 특유의 불안한 긴장감을 잘 살렸습니다.

물리학자나 과학자들이 SF 영화를 잘 즐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그 말이 이해됩니다. 자기가 아는 지식과 화면에서 보이는 것이 어긋날 때의 불편함은 꽤 집요하게 따라붙습니다.

SF 장르에는 세계관적 허용(worldbuilding suspension of disbelief)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세계관적 허용이란 관객이 영화의 가상 설정을 납득하고 그 안의 규칙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허용이 쉽게 깨지는 지점이 있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과 충돌할 때입니다. 완전히 낯선 외계 행성에서 산소가 없다는 설정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지구, 2067년, 식물 멸종, 산소 급감이라는 조합은 상식의 영역을 건드립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사전 지식을 내려놓고 보면 영화 2067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타임머신 설정과 운명을 바꾸려는 주인공의 선택이라는 뼈대만 놓고 보면 디스토피아 SF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한 번쯤 볼 만합니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재미있다는 말을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식물이 사라진 세상의 처절함을 더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었다면, 이 영화가 남긴 여운은 훨씬 깊었을 것입니다. 디스토피아 장르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설정의 빈틈을 일단 접어두고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그 편이 훨씬 즐겁습니다.


참고한 유튜브 영상 - 기무리뷰 <2067 리뷰>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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