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뷰: 대만로맨스, 청춘영화, 첫사랑이론

by 패츠 2026. 5. 31.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로맨스 영화가 보고 싶은데 우리나라나 일본 영화는 이미 웬만한 건 다 봤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상황에서 대만 로맨스 영화를 찾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고 정서적으로도 잘 맞아서 이후로는 꾸준히 챙겨보는 편입니다. 오늘은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 한 편과 함께 첫사랑에 대한 제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대만 로맨스, 일본·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대만 로맨스 영화는 일본 영화와 비슷한 결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분위기나 감성이 어느 정도 겹치는 건 사실이지만, 제가 직접 여러 편을 보고 나서 느낀 차이는 꽤 뚜렷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는 로맨스 자체만 다루는 작품보다 장르물에 멜로가 섞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순수하게 학창 시절 첫사랑만을 다룬 작품을 꼽으라면 건축학개론이나 소나기 같은 클래식 몇 편이 전부일 정도입니다. 일본은 이 장르가 훨씬 두텁습니다. 부활동(클럽 활동)을 중심으로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엮는 작품이 굉장히 많고, 이 공식이 거의 공식처럼 반복됩니다.

대만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대만 청춘 로맨스에서 수업 장면이 유독 자주 등장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활동보다는 교실이라는 공간, 그 안에서 매일 마주치는 일상적인 관계가 사랑의 씨앗이 됩니다. 대만 학생들도 교복을 입기 때문에 화면이 낯설지는 않으면서도 어딘가 조금 색다른 공기가 느껴지는 것이 묘한 매력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세 나라 청춘 로맨스의 핵심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 멜로가 장르물에 섞이는 구조가 많고, 순수 학원 로맨스는 드문 편
  • 일본: 부활동(과외 활동)을 중심으로 한 청춘 열정과 사랑의 결합이 공식화
  • 대만: 교실 일상과 수업 장면을 기반으로 한 소소한 관계의 진전이 주를 이룸

반에서 시작된 사랑, 커징텅과 션자이의 이야기

영화는 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학생 션자이와 사고뭉치 커징텅의 인연을 따라갑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수업 시간의 작은 사건들에서 출발합니다. 커징텅이 션자이를 챙기는 방식은 무심한 척하면서도 진심이 배어 있고, 그 묘한 온도 차이가 오히려 더 설레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커징텅의 구애 방식입니다. 그는 션자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고, 요리를 배워 직접 해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이런 행동 패턴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과도 연결됩니다. 친사회적 행동이란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첫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 공감을 삽니다.

이 영화는 구파도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자전적 서사(autobiographical narrative)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자전적 서사란 실제 인물의 기억과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는 이야기 구조를 의미합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화면 곳곳에 묻어나고, 그 진짜 감정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바로 이 '진짜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는 졸업 이후 각자의 길을 걷다가 션자이의 결혼 소식을 들은 커징텅이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감정적 회귀(emotional regression)라고 불리는 이 서사 장치는,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의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의 내가 그 시절 나를 돌아보는 느낌입니다. 이 구조가 관객에게 단순한 추억 이상의 여운을 남깁니다.

첫사랑은 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할까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거의 공식처럼 통용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이 왜 생겼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단순히 운이 없어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게 감정의 농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하는 것에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갑니다. 첫 운전, 첫 발표, 첫 요리 모두 긴장하고 과하게 집중하게 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사랑 앞에서는 뭐든 다 해주고 싶고, 그 사람의 눈에 들고 싶어서 저절로 긴장이 들어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과잉 투자 심리(over-investment psychology)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과잉 투자란 관계에서 한쪽이 지나치게 많은 감정과 노력을 쏟아 상대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는 상태를 말합니다. 관계 만족도와 부담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초기 관계에서 일방적인 과잉 노력은 오히려 상대의 심리적 거리를 벌리는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커징텅도 이 함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션자이를 위해 공부하고 요리까지 배우는 노력은 순수하지만, 그 무게가 상대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이 미묘한 지점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두 사람이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결말로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첫사랑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서툴렀던 감정이 이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감정적 토대가 됩니다. 성인 애착 이론(adult attachment theory)에서도 초기 친밀 경험이 이후 관계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여기서 성인 애착 이론이란 어린 시절과 초기 연애 경험이 성인이 된 후 관계를 맺는 방식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심리학 이론입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첫사랑의 기억이 현재의 삶을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는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나름의 근거가 있는 셈입니다.

대만 로맨스 영화를 아직 한 편도 안 보셨다면, 이 영화를 첫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한국이나 일본 로맨스와는 다른 결의 감성을 경험하고 싶다면 분명히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보고 나서 괜히 옛날 생각이 나도 저는 책임 못 집니다.


참고한 유튜브 영상 - 명동선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뷰> 보러 가기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패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