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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릭터 리뷰: 모방 범죄, 2차 가해, 범인 심리

by 패츠 2026. 5. 6.

캐릭터

 

살인 현장을 목격한 만화가가 그 장면을 그대로 만화에 옮겼을 때, 그게 창작인지 착취인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캐릭터를 보고 나서 제가 처음으로 든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스릴러로서는 꽤 신선한 소재였는데, 보면 볼수록 불편한 질문이 따라붙었습니다.

모방 범죄와 만화 속 2차 가해

영화의 주인공 야마시로 케이고는 어시스턴트 생활을 전전하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린 만화가 참담한 결과를 받아 들면서 결국 전업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일가족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그 충격을 만화 소재로 삼아 만화 '34'를 연재합니다. 그리고 이 만화가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는 동시에, 실제 살인 사건의 모방 범죄(copycat crime) 매뉴얼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모방 범죄란 기존 사건의 수법이나 동기를 그대로 따라 저지르는 범죄를 의미하는데, 미디어나 출판물이 트리거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야마시로가 피해자 유족에게 허락을 구했는가였습니다. 영화 안에서는 그런 장면이 단 한 컷도 나오지 않습니다. 살인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 자체가 그의 창작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출판사와 편집자 역시 인기작을 놓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연재를 밀어붙입니다. 저는 이 구조가 전형적인 2차 가해(secondary victimization)의 흐름이라고 봤습니다. 2차 가해란 피해자나 그 유족이 사건 이후에도 외부의 행동이나 시선으로 인해 추가적인 피해를 입는 것을 말합니다. 현실이라면 독자들이 "이 장소가 실제 사건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곳은 일종의 관광지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범죄 피해 현장이 미디어에 노출될 때 유족이 겪는 심리적 피해는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어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통이 콘텐츠 소비 대상으로 전락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다룬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도 범죄 보도 및 2차 피해에 관한 피해자 지원 체계가 논의되고 있습니다(출처: 일본 법무성 피해자 지원 페이지).

이 영화가 보는 내내 불편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창작의 자유와 피해자의 존엄 사이에서, 야마시로도 편집부도 어느 쪽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거든요.

핵심 포인트:

  • 야마시로는 실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도 유족의 동의 없이 만화 소재로 활용합니다
  • 편집부는 연재 중단 요청에도 인기작이라는 이유로 복귀를 설득하며 상업적 논리를 우선시합니다
  • 결과적으로 만화는 모방 범죄의 매뉴얼이 되어 추가 피해자를 낳습니다

범인 심리와 야마시로의 선택

범인이 왜 굳이 야마시로의 만화를 따라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생각했습니다. 경찰의 수사 혼선을 유도하기 위한 전술이었을 수도 있고, 야마시로에게 일종의 공포를 각인시키는 심리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범죄심리학(criminal psychology) 관점에서 보면, 일부 범죄자는 자신의 행위에 의미와 서사를 부여하려는 욕구를 보입니다. 여기서 범죄심리학이란 범죄자의 동기, 사고 패턴,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범인이 야마시로의 만화를 즐기며 다음 희생자를 물색했다는 설정은, 그 심리적 욕구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표현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스릴러 영화에서 범인의 동기가 끝까지 불분명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캐릭터는 그 부분에서 적당히 여지를 남기면서도 범인의 행동 논리는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야마시로에게 만화의 다음 내용에 대한 조언을 건네고, 그 내용대로 실제 범행을 저지른다는 구조는 섬뜩하면서도 영리합니다.

다만 야마시로의 행동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범인과 직접 대면하고, 자신의 만화가 살인 매뉴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아내와 형사에게 한동안 진실을 숨겼습니다. 이른바 정보 은닉(information concealment)이라 불릴 수 있는 행동인데, 심리학적으로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기 보호 기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그 상황을 상상해 봤을 때, 그 정도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장면이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결말부에서 야마시로가 최종화를 통해 범인을 유인하는 방식은 극적으로 잘 짜여 있었습니다. 만화 속에 자기 자신과 가족을 등장시켜 범인을 미끼로 끌어내는 발상은, 창작자가 자신의 매체를 무기로 사용하는 메타픽션(metafiction)적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타픽션이란 작품 안에서 창작 행위 자체를 소재로 삼거나,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무는 서사 기법입니다. 영화의 장르적 쾌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한국 내 범죄 피해자 지원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논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피해자의 초상권과 사생활 보호 문제는 창작물에서도 중요한 윤리적 기준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 법무부 범죄피해자 지원).

영화 캐릭터는 소재 면에서는 분명히 신선합니다. 그런데 저는 보고 나서 한동안 그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재미있게 봤다는 감상과, 이게 과연 괜찮은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동시에 남았거든요. 범죄를 소재로 한 창작물이 늘어나는 요즘, 피해자의 존엄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한 번쯤 가져보시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같은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영화를 보면서 야마시로의 선택 하나하나를 비판적으로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5LfPvJZZ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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